제 8회 부산국제사진제 <한여름밤의 꿈> 자유전 심사평
이번, 부산국제사진제의 쉐마(schema)는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 관람 내내 꿈 같았다. 부산항 바다 내음이 더운 여름 공기와 뒤엉켜 전시장 안을 감싸고, 열기와 열정이 뒤엉킨 파티션(partition) 사이를 꿈꾸듯 걸음을 옮기며 관람하였다. 전체의 반은 주제전과 특별전으로, 그리고 나머지 반은 자유전의 이름으로 24개의 부스가 있었다.
자유전에 출품된 작품 대부분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대상을 피사체로 삼아, 관객에게 새로운 시선을 환기하는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들은 나름의 시각적 문법을 활용해 생경한 느낌을 주거나, 시각적 몰입감을 높여,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창출하는데 주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여기서 개별 작품들이 내세우는 시각적 표현 문법은 연출과 구성, 스냅 촬영을 비롯해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 렌즈의 조작을 통한 촬영기법상의 변화와 정물, 풍경, 초상 등 기존의 사진 장르 가운에 선택을 통해 형식화한 경우가 대다수다. 평범한 대상의 시각적 변주를 위해 작가들이 자신에게 맞는 표현법을 찾고 이를 정교하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작업량과 비례한 지속의 시간과 다양성의 측면에서 인상적이었다. 한편, 이러한 시각적 변주가 대부분 기존의 정형화된 장르와 형식에 갇혀 있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정형화된 문법을 유희하거나 그 경계를 넘나들며 시각적 표현의 대안을 모색하는 ‘컨템포러리(contemporary)한’ 작업이 적어 아쉬움이 남았다.
그중에서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고이경, 생각하는 사진, 김혜림은 돋보였다. 고이경은 ‘가족’의 일상 단면을 ‘그냥 그렇게’ 채집하였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잘라낸 프레임의 구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애매한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정갈한 편집으로 애매함을 가족과 관객에게 다시 선사한다.
단체가 참여한 ‘생각하는 사진’ 그룹은 다양한 표현 방식을 다양하게 학습하는 듯 시(視)가 각(覺)하도록 우리를 즐겁게 한다. 아마도 ‘인문/예술사’ 적인 학습이 바탕 된 듯 보이는데, 이들이 채용한 다양한 방식은 20세기 이후 사진사와 미술사 사이에서 전개되어 온 것으로 ‘예술사진(Kunstfotograf)’이 아닌 ‘예술로서의 사진(Fotograf als Kunst)’으로 읽힌다. 개별 작가들의 전체 사진이 궁금해진다.
김혜림은 손이나 눈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매우 직관적인 시선으로 지각적 효과에 전념한 작업으로 보인다. 그의 작업은 둘 또는 셋을 병치시켜 함께 보여주는 방식인데, 이미 흔한 기법이나 그의 맹렬한 작업속도는 차분한 편집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작업을 하며 무척 흥미로웠을 듯하다. 우리가 흥미로웠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