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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인류에 보내는 ‘지구의 SOS 신호’
전 지구를 휩쓸고 있는 신종 전염병으로 인한 팬데믹부터 기후변화, 미세먼지, 콘크리트 산과 플라스틱 바다…. 지난달 28일 부산 수영구 망미동의 복합 문화공간 ‘F1963’에서 개막한 ‘2021 부산국제사진제’는 아시아, 유럽, 남미, 극지방까지 전 세계의 대륙에서 사진작가들이 목격한 ‘인류세 시대 지구가 보내는 SOS 구조신호’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19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대기과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 처음 제안한 ‘인류세’는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이다. ‘인류세’는 환경 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를 가리킨다. ‘인류세’를 대표하는 물질은 방사성물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을 꼽는다.지난해 부산국제사진제의 ‘인류세―Save Our Planet’ 주제전은 부산, 대구, 충남 천안 등 국내는 물론이고 벨기에 브뤼셀까지 이어지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부산국제사진제 총감독을 맡은 석재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는 올해의 주제도 ‘인류세Ⅱ’로 정해 프랑스, 미국, 멕시코, 스위스, 중국, 독일, 한국 등 작가 12명의 신작을 선보였다.
입구에 들어서면 지구 표면에 남겨진 인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독일 사진가 톰 헤겐의 추상적인 항공사진 작품이 눈에 띈다. 회색빛 산에서 흘러나오는 검은색 잉크 같은 광물질이 누런 강물을 물들이고, 붉은색과 초록색을 띠는 탄광의 호수 위로 독수리가 유유히 날고 있다. 형형색색의 오염물질이 자칫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내 역겨워진다. 프랑스 작가 샤를 그젤로는 순록을 기르는 유목민인 네네츠족이 살고 있는 툰드라의 지하 가스 채굴 산업 현장을 촬영했다.
한국의 사진작가 황규태는 ‘묵시록 그 이후(After Apocalypse)’라는 연작에서 무한 복제되는 아기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무한한 욕심을 경고하는 ‘미래의 묵시록’을 선보인다. 포토몽타주 기법, 이중 노출, 필름 태우기(버닝), 디지털 이미지까지 다양한 기법을 통해 핵전쟁, 생명공학, 인류문명의 위기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중국 작가 야오루는 중국 고전적 미적 화풍을 차용한 포토몽타주 표현 기법의 작품을 전시한다. 멀리서 보면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시키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완벽했던 산과 강은 쓰레기 더미들을 초록색 폐기장 그물망으로 감싼 모습이다. 한때 조화로웠던 자연이 파괴되고 오염된 환경을 드러내는 극명한 대비다.
부산국제사진제는 지난해에는 부산항 풍경이 보이는 영도구 폐조선소에서 열렸다. 올해는 옛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재생한 복합 문화공간인 ‘F1963’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 외부에는 대나무숲길, 달빛정원 등이 옛 공장시설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산국제사진제는 야외 대나무숲길에서도 열리고 있다.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생태사진을 찍어온 정봉채 작가의 ‘따오기’ 사진이 대나무숲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특별전으로는 ‘부산작가 초대전―사타’가 열리고 있다. 트라우마를 겪어서 생긴 감정을 주제로 작업을 해 온 사타는 불안과 공포 등 현대인이 가진 각종 증상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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