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전 / Theme Exhibition
어둠이 길게 드리운 밤. 적막과 무더위가 깊어가는 여름밤엔, 누구든 쉬이 단잠에 들지 못한다. 거기다 스멀스
멀 갖가지 생각과 잡념에 빠져들기 시작한다면 잠이란 녀석은 냉큼 줄행랑을 쳐버린다. 생각이 사슬처럼 꼬리
에 꼬리를 무는 계절, 그렇다면 한여름 밤만큼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기에 좋은 시간이 있을까. 살아가기 힘
들다는 핑계로 가슴이 식어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말이다.
그래서 2024 부산국제사진제의 주제전을 <한여름 밤의 꿈>이라 정했다. 그 어느 해보다 무더울 거라는 한여
름, 가끔 숨통을 틔우는 바람이 불어오는 부두창고라는 이색적인 공간에서 전 세계의 사진가들이 펼쳐 보이는
인간의 본질과 본성, 우리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 교차하는 마음의 흔적들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 우리의 상상
력을 자극하는 짜릿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마음에서다.
세계적인 사진가 로저 발렌, 안드레스 베르테임, 김용호, 리자 암브로시오, 토마즈 라자르, 원성원
이정록, 요하네스 보스그라까지 8명의 사진가가 함께하는 이번 주제전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한여름 밤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처럼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사진들이 관람객들로 하여금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세상 이면의 더 많은 것을 보게 하고, 우리의 의식을 더욱 더 깊은 곳으로 끌어들
일 준비를 하고 있다.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 1막 2장을 보면 “사랑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것”
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렇다. 인간의 내면 역시 눈이 아닌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여름 밤에
불어오는 한줄기 사진의 바람 속에서 그동안 잊고 지내던 무의식의 심연을 마음껏 항해하길 바란
다.
미국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로저발렌은 동시대 가장 중요한 사진작가 중 한 명이다.
50여 년에 걸친 그의 작업들은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시작되었지만 영화, 설치, 연극, 조각, 회화 그리고드로잉과 같은 매체를 통합한 아주 독특한 허구적 영역의 창작으로 발전되어왔다.
로저 발렌은 자신의 작품을 두고 무의식을 건드리고 인간의 내면을 환기시키는 일종의 ‘실존적 심리 드라마’라고 묘사한다. 그는 혼돈과 질서, 광기 혹은 무질
서한 존재의 상태, 동물 세계와 인간의 관계, 삶과 죽음, 정신의 보편적인 원형, 타자성의 경험 등의 자주를 통해 우리의 억압된 생각과 감정을 깨트리고자
한다.
Born in the US and based in Johannesburg, South Africa, Roger Ballen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photographers of his generation. His oeuvre, which spans five decades, began with
the documentary photography field but evolved into the creation of distinctive fictionalized
realms that also integrate the mediums of film, installation, theatre, sculpture, painting and
drawing.
Ballen describes his works as “existential psychodramas” that touch the subconscious mind and
evoke the underbelly of the human condition. They aim to break through the repressed
thoughts and feelings by engaging him in themes of chaos and order, madness or unruly
states of being, the human relationship to the animal world, life and death, universal
archetypes of the psyche and experiences of otherness.
안드레스 베르테임은 1984년 아르헨티나의 사진가 오라시오 코폴라에게 사진
을 배웠다. 그가 선보이는 시리즈는 전 세계 여러 박물관에서 촬영한 다중노출
이미지를 통해 눈에 보이는 현실의 다양한 면을 탐구한다. 각각의 작품에서 그
는 우리가 볼 때 눈앞에 놓은 것을 기록하지만, 그 이미지를 겹치는 것을 통해
우리가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전달하려 애쓰며 사진의 진실성이라는 개념에 대
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박물관의 같은 공간에서 예술 작품의 생기 없는 캐릭터와 관람객을 상관 노출로 병
합하는 과정을 거친 최종 이미지를 통해 그들 간의 대화를 만들어 낸다. 과거와 현재가
몽상적인 차원에서 잠시 뒤섞이며 우리의 인식을 시험한다.
Andrés Wertheim studied photography with Horacio Coppola in 1984. In this series he explore
the different visible planes of reality through double exposures made on camera in various
museums around the world. Although in each shot he document what is placed in front of our
eyes as we see it, overlapping them he question the notion of truthfulness in photography,
trying to transmit something that we do not see.
In the same room of a museum, he merge in correlative exposures the inanimate characters
of the works of art and the visitors, producing a dialogue between them in the final image.
Past and present intertwine for a moment in an oneiric dimension, testing our perception.
김용호는 상업사진과 예술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작품을 탄생시킨 사진가이
다. 김남조 시인은 그를 ‘사진가이기보다는 사상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신비스럽
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창조해내, '포토랭귀지'를 형성하고 다양한 작업으로 대중과 소
통하고 있다.
원작소설과 동명인 제목 ‘데 베르미스 서울리스(De Vermis Seoulis)’는 라틴어 풍의
조어(造語)로 ‘서울 벌레에 대하여’라는 의미다. 영화는 단순한 시작과 끝을 넘어서 뫼비
우스 띠의 무한 순환과 같은 생의 윤회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Kim Yong-ho is a photographer in Korea who has created an unrivaled work that crosses the
boundaries of commercial and artistic photography. Poet Kim Nam-jo also described him as a
"thinking man rather than a photographer." He creates a mysterious and surreal image, forms a
'photo language' and communicates with the public through various works.
The title "De Vermis Seoulis," which has the same title as the original novel, is a Latin idiom
that means "about Seoul bugs." The movie goes beyond simple beginning and end and talks
about reincarnation of life such as the infinite cycle of the Möbius strip.
리자 암브로시오는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유목 생활을 하는 멕시코 출신의 예술가이자 영화제작자이다. 그녀의 예술적 연출의 초 현대성은 아르테 포베라,
신표현주의, 낭만주의, 고딕, 빅토리아 시대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다양한 이정표를 참조하며, 그녀가 사용하는 매체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궁극적으로 그녀의 작업들은 개인적의 상징적 언어로 수렴된다.
그녀는 주술, 신화, 기억, 전설을 암시하는 상징을 자신의 글, 사진 조각, 사진첩, 오브제, 설치, 사운드, 회화, 드로잉, 퍼포먼스, 비디오와 혼합하여 표현하고, 자유로운 연상을 통해 결합한다. 이는 심리 조작에 관련된 자신의 이론에
의해 촉진된 계획과 다양한 사회 구조가 공언하는 힘의 지속 또는 파열에 영향
을 미치는 방식을 통합하고 있는 것이다.
Liza Ambrossio is a multidisciplinary artist & Filmmaker, Mexican who lives a nomadic life
between Europe and U.S.A. The hypermodernity of her artistic production depends on the
medium used, with references to different milestones in the art history, from arte povera,
neoexpressionism, romanticism, gothic, or victorian… ultimately converging her series into a
personal symbolic language.
that she mixes with her written narrative, photo sculpture, photo books, objects, installations,
sounds, paintings, drawings, performance, and videos that she unites by free association,
schemes promoted by her own theories related to psychological manipulation and its influence
on the continuation or rupture of the power professed by the different social structures.
토마즈 라자르는 주로 사회와 인간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장기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폴란드 바르샤바에 거주하고 있다. 그의 프로젝트들은 유럽, 아시아, 그리고 미국의 사진 페스티벌에서 전시되었으며, “Theater of Life” 시리즈는 우치에서 열린 사진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Theater of Life”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바라보고, 우리 존재를 형성하고 있는 내러티브에 의문을 제기하는 초대장이다. 이는 미디어 포화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자아를 되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 이기도 하다. 우리의 일상을 방해하는 초현실적 순간들을 부각시킴으로써 현실의 본질과 그 안에 자리한 우리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로 관람객을 이끈다.
Tomasz Lazar is primarily interested in long-term projects focusing on society and the human
mind. Currently lives in Warsaw. His projects were shown at Photo Festivals in Europe, Asia
and America. For his project "Theater of Life" he won Grand Prix and Photo Festival in Łodź.
“Theater of Life” is an invitation to look beyond the surface and question the narratives that
shape our existence. It is an exploration of how we can reclaim our sense of self in an age
dominated by media saturation. By highlighting the surreal moments that disrupt our everyday
routine, I hope to encourage a deeper reflection on the nature of reality and our place within
it.
원성원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 쾰른 미
디어예술대학 (KHM)을 졸업했다. 원성원은 현실과 공상이 뒤섞인 독특하고 섬세한 사진
콜라쥬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녀의 리얼리티엔 언제나 괴로움(suffering)이 따라 다닌다. 작가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상의 언어가 필요했다. 그렇게 현실이 변하여 상상이 되고(Reality transmutes
into imagination), 다시 상상은 현실로 해석된다. 그녀의 콜라주 작업은 이런 방법으로
개인과 사회의 정신 상태를 심리학적으로 건드리고 있다.
Won Seoung Won graduated from the Department of Sculpture at Chung-Ang University and
completed further studies at the Kunstakademie Düsseldorf and Kunsthochschule fuer medien
Koeln (KHM). Won Seoung Won has developed unique and intricate photo collages that blend
reality and imagination.
Suffering always follows me in her reality. To escape reality, She needed the language of
imagination. Thus, reality transmutes into imagination, and imagination is interpreted back into
reality. Her collage work touches on the psychological state of individuals and society in this
way.
이정록은 로체스터공대(R.I.T 미국)) 영상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했다. 작가는 시각적
경험 이면에 숨겨진 깊고 근본적인 에너지를 사진으로 재현한다. 작가는 풍경을 담아낸
필름 위에, 플래시의 순간광을 중첩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체험한 미지의 힘을 신선하고
대담하게 그려 넣는다.
<생명나무>에서 <나비>로 이어졌던 작업이 흰 사슴으로 이어졌다. 고대부터 광범위한 지
역에서 사슴뿔이 신의 뜻을 감지하는 신성한 매개체로 여겨졌다는 지점이 작가의 마음을
당겼다. LUCA는 찰스 다윈이 만든 용어로, 모든 생명의 공동조상의 약자다. 최초의 생
명이자 생명나무의 뿌리에 해당하는 가상의 생명체를 의미한다.
LEE Junglok studied Fine Art Photography at Rochester Institute of Technology, Rochester,
New York, USA. LEE Junglok recreates the deep and fundamental energy behind the visual
experience with photos. The artist paints a fresh and bold picture of the unknown power he
experienced by overlapping instantaneous light of flash on a film containing scenery.
His work that led from the ‘Tree of Life’ to ‘Nabi’ was followed by the white deer. The fact
that antlers were regarded as a sacred medium to detect the will of god since the ancient
times across a vast space of land captivated his heart. 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 is a term coined by Charles Darwin, meaning the common ancestors of all species.
It signifies the hypothetical organism that corresponds to the first living being and root of the
tree of life.
요하네스 보스그라는 사진과 영상 분야에서 활동하는 네덜란드의 시각 예술가이다. 그에
게 영감을 주는 주요 분야는 현대 클래식 음악이다. 그는 풍경을 볼 때 마다 머릿속에서
음악이 들리고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음악과 풍경은 서로를 향해 흘러간다
필립 글래스와 같은 작곡가 및 음악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는 클래식 음악을 결합한 비
디오 설치 작품들을 통해 미니멀리즘한 풍경과 새, 그리고 여러 자연의 형태를 묘사한
다. “풍경은 나의 뮤즈이고, 나의 뮤즈는 죽어가고 있다. 나의 작품은 사람들이 가지는
자연에 대한 감사와 자연 보존을 위한 정치적 지원 사이의 단절을 다루고 있다.”
Johannes Bosgra is a Dutch visual artist working in photography and video. His main inspiration
is contemporary classical music. When he sees a landscape, he hears music in his head and
vice versa; they flow into each other.
In collaboration with composers and musicians such as Philip Glass, Bosgra creates video
installations combining classical music, depicting minimalist landscapes, birds and other natural
forms. "The landscape is my muse and my muse is dying. My work addresses the increasing
disconnect between the appreciation people have for nature and the political support for its
preservation.”